[경쟁력 갉아먹는 '나눠먹기'] '허가·할당' 울타리에 갇힌 기업들…실력보다 로비경쟁

입력 2015-10-12 18:37  

이대론 대한민국 미래없다

신용평가사, 진입장벽에 안주 '경보 기능' 상실
관급공사 최저가낙찰제, 건설업체 담합만 불러



[ 김주완/강영연/이승우 기자 ] 경쟁이 아닌 ‘나눠먹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진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규제 본능’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로 각종 인허가권을 손에 쥐고 특정 산업에 울타리를 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에서 자율 경쟁으로 해결할 분야에까지 정부가 인허가를 도구로 해 간섭하면서 효율성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보호막에 ‘땅짚고 헤엄치기’

신용평가시장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부실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신용평가회사를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대우조선해양은 3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국내 3개 신평사 중 한 곳도 제때 경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은 신평사를 문책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는 세 개뿐인데 한 개 업체만 자격 정지를 받아도 나머지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매길 때 반드시 두 개 이상 신평사의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1980년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3사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신평사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용평가업을 독과점 형태로 유지하면서 보호막을 쳐준 까닭에 신평사들은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며 “부실기업의 선제적 진단을 못하고 평가 서비스 품질만 저하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해결책은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것도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다. 정부가 2013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기준을 강화하기 전에는 특정 조건을 충족한 사업자는 대부분 면세점업을 할 수 있었다. 사실상 신고제였다. 1989년 34개였던 면세점 점포 수는 서로 경쟁하면서 자연스레 감소했다. 하지만 사업자를 한정하면서 소수업체만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특정 업체에만 면세점업을 허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하면 면세품 가격이 올라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 막아 부실서비스 양산

나눠먹기는 부실 서비스 양산으로 이어진다. 관급공사에서 건설업체 간 담합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도 건지기 힘든 최저가낙찰제 때문에 건설사들은 기술 堧浙릿募?가격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손해를 덜보기 위한 게임에 나서면서 입찰 담합을 통한 나눠먹기 공사 유혹에 휩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저가낙찰제로 사업권을 수주한 건설사들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저가 자재를 쓰게 되고 이는 부실 시공을 낳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나눠먹기도 비슷하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 국책연구기관들의 경우 정부의 R&D 예산 배정 과정에서 잘하는 연구원끼리 연구 과제를 주고받는 식으로 예산을 골고루 나눠먹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 재정을 낭비하고 연구개발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성과급까지 나눠먹기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의 업무능력 향상과 사기 진작을 위해 2007년부터 ‘성과상여금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성과급 편차가 230%까지 벌어지고 저성과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올 들어 몇몇 지자체들은 성과급을 균등분할해 지급하고 있다. 예컨대 S등급과 A등급을 받은 직원들은 100%를 초과한 금액을 반환하고, 이를 다시 B, C등급을 받은 직원에게 재분배하는 식이다.

행정자치부가 올 상반기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성과급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6명 모두 “성과급이 재분배되고 있다”고 답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일 잘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꺾어 행정 서비스를 하향 평준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전형은 물론 공공기관 신입 채용 때 지역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일정 비율 이상을 해당 지역 출신 지원자 중에서 뽑는 것도 일씬?‘나눠먹기’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역 균형발전 차원이라고 하지만 능력을 무시하고 적절한 사람을 배제하면 그 사회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김주완/강영연/이승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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